본문 바로가기
월급 (月及) [연재 종료]

2021년 03월 월급 (月及) : Goodbye No.27

by Alex Yu 2023. 7. 13.
728x90
반응형

210227-113522_FUJIFILM X100V

내가 타던 택시는 회사에서 불렸던 명칭이 27호였다.

단순히 번호판 끝자리 두 자리가 27.

하지만 별명이라고 해야 할까?

다 똑같은 기종 또는 기기를 다루는 공장이나 회사를 보면 으레

‘1호기는 잔 고장이 많고, 2호기는 작업자가 많이 다치고,

3호기는 돈 벌어다 주는 기종…’

이와 비슷하게 기종 또는 기기에 별명이 붙는다.

택시 회사도 마찬가지로 다 똑같은 택시에 이런 비슷한 별명이 붙는다.

 

내가 있던 회사의 27호 별명은 ‘운빨 잘 받는 택시’ 였다.

이미 20만km를 넘긴 택시였지만, 엔진음이나 여러가지 부분에서 정말 깨끗했고,

운행 마지막 날까지도 단순한 소모품 교환과 써모스텟 교환을 제외하고는 속 썩이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기사와 손님으로써 만난 인연이,

사장과 직원 사이가 되어 건설기계회사의 부장으로써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배정받기 전의 27호 기사들도 꽤나 괜찮은 이유로 퇴사했다고 들었다.

흔한 택시기사 퇴사 사유인 ‘조건 좋은 다른 택시회사’ 나 ‘사고가 크게 나서 운행 불가’가 아닌, 돈 많이 벌어서 개인택시 마련 과 나처럼 다른 업계로의 이직.

 

이번 3월이 되어서 너무나 순식간에 이직이 일어났고, 퇴사 또한 택시회사에서 너무나도 잘 처리해 주었기 때문에, 27호의 운빨을 잘 받은 느낌이 들었다.

 

다이나믹하게 전개된 이번 이직을 인생 마지막 기회로 여기며,

한 회사의 책임자로서 정말 “열심히” 가 아닌 “잘” 달려볼 참이다.

 

믿거나 말거나긴 하지만 내 상황이 심히 안좋을 때 Minho Yu와 머리 식히러 어디론가 나가면 이직이 덜컥 되는 기분이다.

쓸데없이 고맙다고 전하고 싶고, Minho Yu에게는 이런 별명을 붙이고 싶다.

넌 나의 ‘이직 마스코트’ 라고…

 

사진 : Alex Yu / : Alex Yu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