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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월급 (月及) : 사물의 인격화 어렸을 때부터 전자제품을 년식에 비해 참 깔끔하게 잘 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진짜 어렸을 때는 내가 가진 전자제품에 정식 풀 네임을 마음 속으로 외치며 오늘도 달려보자고 다짐을 하고는 했다. (예를 들면 다들 뒷 자리인 E900이라고 불리는 모델을 꼭MZ-E900 이라고 부름)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기계를 충전할 땐 ‘오늘도 수고했다.’ 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마음가짐 같은 것이 티가 났는지, 내가 쓰는 전자제품들을 빌려달라는 이가 많지 않았고, 막상 빌려가도 대체로 큰 이상 없이 잘 돌아왔다. 아무래도 부담이 걸렸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고가인 휴대폰 만큼은 전투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예전의 인격화 수준의 마음가짐은 거의 없어.. 2023. 7. 11.
2018년 10월 월급 (月及) : 25년=2.5달 25년의 신뢰를 무너뜨리기에는 2.5달이면 충분했다. 올 추석이 지나고 꼭 연락을 부탁했는데, 결국 그는 추석이 지나고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진정한 친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라고. 내겐 세월에 대한 배신보다, 25년간 잘 지내온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인간에 대한 기간의 중요함이 없어졌다. 하루를 보았던, 한 달을 보았던, 일년을 보았던, 10년을 보았던, 25년을 보았던…… 기간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인간을 볼 것이다.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2023. 7. 11.
2018년 09월 월급 (月及) : 차이, 그 첫번째와 두번째 어쩌다 보니 해외를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나가게 되었다. 첫번째는 내가 원해서 두번째는 원치 않게… 첫번째는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두번째는 남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첫번째는 억지로 외국어를 구사 할 이유가 없었다. 두번째는 억지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첫번째는 여유가 많았다. 두번째는 여유가 없었다. 첫번째는 힘이 들지 않았다. 두번째는 힘만 많이 들었다. 첫번째는 미래의 꿈과 생활을 바라보고 왔다. 두번째는 현재의 처절한 생존을 느끼고 왔다. 첫번째는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첫번째, 두번째, 그렇게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2023. 7. 11.
2018년 08월 월급 (月及) :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넌 그저 퍼즐을 맞추고 있었을 뿐이야 이상하게 휘어진 퍼즐의 빈 공간에 나를 억지로 우겨넣고 있었을 뿐 계획대로 잡혀진 모양을 너는 무시하고 조금씩 갉아내다 커다랗게 오려내는 그 잔인한 난도질에 상처 입은 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난 바보가 되어가고 나름의 희망을 절대로 놓지 않으려 튀어나온 모서리를 간신히 숨긴다 어설프게 알았던 그 때가 좋았어 설령 그 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어설프게 알았던 그 때가 좋았어 지금 네 모습을 모르는 게 나으니까 맞지 않는 옷이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억지로 입히려는 너의 본 모습에 나는 오늘도 탄식과 한숨 뿐 너 또한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에 네 모습이 가여워 아무 말 못하고 질식할 듯한 하루를 겨우 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난 바보가 되어가고 나름의 희망을 절대.. 2023. 7. 11.
2018년 07월 월급 (月及) : 힘듦 어지간해서는 진심을 담아 힘들다는 소리 잘 안하는데, 요즘 많이 늘었다. 진짜… 힘들다. 주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매주 반복된다. 맞지 않은 옷을 그래도 좋아 보여서 억지로 입었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다가도, 막상 벗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듯이 주중에 너무나도 힘들어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막상 주말이 되면 내 노동력이 심하게 짜여졌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 나는 또 다시 맞지 않은 옷을 입으러 나간다. 언젠가는 맞는 옷을 편하게 입은 상태에서 불평불만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겠지.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2023. 7. 11.
2018년 06월 월급 (月及) : 작은 가게 어닝 밑으로 작은 등을 켠다. 이 작은 가게가 문을 열었다는 신호다. 개점과 폐점은 미리 온라인으로 공지된 내용을 보지 못하면 헛걸음을 친다. 입구에서부터 한눈에 다 들어오는 이 작은 가게의 주인장은 요구르트에 빨대를 경쾌하게 꽂아서 손님에게 건낸다. 쉽사리 알기 힘든 외국 뮤지션의 음악이 LP특유의 튀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고, 멋들어진 사진들은 가게 곳곳의 벽에 걸려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 법한 풍경의 가게다. 이곳에서는 LP와CD음반, 필름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자체 제작한 월간지를 판매한다. 흔치 않은 물건을 파는 이 곳에서 손님은 물건에 대한 질문을 한다. 주인장은 그 물건에 대하여 상세하게, 또한 개인적인 감상도 살짝 담아 이야기 해 준다. 평범한 점원과 손님의 대화가 아닌, 깊이가 있는 .. 2023. 7. 11.
2018년 05월 월급 (月及) : 번역 그리고... 나는 한국인 아티스트nuh와 일본인 아티스트 黒蛇(쿠로헤비), 그 사이에 있었다. 나름 일본어 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과거3~4년간은 일본제품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현장의 비즈니스도 해본 입장이라 어느 정도의 번역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만남에 관한 번역은 그리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결말을 기다리는 정치인의 회담 번역도 아닌, 비즈니스의 계약관련 번역도 아닌, 서로의 국가가 좋아서 연예인이나 드라마 등의 이야깃거리를 꺼내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서로 각자의 국가에서 각자의 생활에 맞게 적절히 자라온 성인 두 사람이, 갑자기 만난 자리에서 본인들의 감정을 막 끄집어 내듯이 말을 던진다. 서로의 공통점은 그저 아티스트 라는 것, 심지어 장르도 다르다. 나는 그 둘의 감성을 가능한 서로가 정확히.. 2023. 7. 11.
2018년 04월 월급 (月及) : 아티스트 타인이 민감한 상황에도 때로는 둔감하고, 타인이 둔감한 상황에도 때로는 민감하다. 그들은 무언가 느껴지는 감정이 특별할때, 평범한 것들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외엔 헛점이 보이지만, 헛점을 배우려 달려드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들도 시작은 그저그런 평범한 사람이나, 그것을 깨닫는 시간까지 의심을 많이한다. 필자가 만나본 아티스트 모두가 그러하다.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2023. 7. 11.
2018년 03월 월급 (月及) : 사진전-LIFE 세상에는 참 여럿 사진과 사진전이 있다. 의미를 추적하거나 작가의 글을 보아야 알 수 있는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사진, 철저하게 제품을 광고하는 상업 사진, 유명 연예인의 가족이거나 지인으로써 해당 연예인의 쉽게 볼 수 없는 일상을 담은 사진, 어느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들어 현장의 상황을 전달하는 사진, 지구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멋진 풍경사진…등등 문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각적인 정보를 한 컷에 담아놓은 자료가 모이고 모여서 이 것들을 나열하면 한편의 생생한 역사서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가 더해진 사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라이프전의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일면을 알 수 있다. 전쟁, 산업화, 문화, 지도자, 연예인… 근대 역사의 실제 모습을 사진이라는.. 2023. 7. 10.
2018년 02월 월급 (月及) : 진짜 끝! 그리고 다시 시작! 1. 얼마 전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을 위해 오래된 곳에서 퇴직을 하였다. 고민 만 몇 년째 하다가 막상 퇴직 결정은 순식간에 되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분야의 좋아하는 브랜드 담당이 되더라도 일은 일 이었고… 그 분야 덕에 퇴직만 몇 년 늦어질 뿐, 결국 사람 떠나게 만드는 건 사람이더라. 6년 가까이 부족한 나를 잘 보살펴주신 전 회사 대표님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년이나 기다려주었던, 곧 이직할 회사 팀장님께 감사 드린다. 2. 한 달 가량을 쉬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마음 편하게… 퇴직 전까지는 약간의 퇴직금으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마음 편하게 부담 없이 쉬니깐 지름신도 도망가버렸다. 지금은 그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 뿐. 그 동안 스트레스가 많이도 쌓였..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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