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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떡볶이를 싫어하는 맛 칼럼니스트에 대한 사고 (私考)

by Alex Yu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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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음식을 좋아하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느 맛 칼럼니스트가 떡볶이는 정크푸드라고 엄청 까던데?"

떡볶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와 매운음식을 좋아하는 친구사이에서 나온 수다 정도였다.

그러나 떡볶이 이전에 나온 단어가 귀에 거슬렸다.

맛 칼럼니스트? 그게 뭔데?
이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직업? 직책? 은 처음본다.
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저런 단어 조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궁금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맛’ 이라는 단어가 문제였던 것 같다.
음식 평론가 또는 푸드 칼럼니스트 가 가장 가까울 것 같은데...

 

굳이 비교해서 단어를 만들어 보자면,
책 평론가 에서 독후감 평론가로, 영화 평론가 에서 영화 감상 관객 평론가로,
정말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적어도 맛이라는 것은 독후감 같은, 이미 그것을 느낀 사람의 결과이다.
재료가 좋던 나쁘던, 달던, 짜던, 쓰던, 시던, 감칠맛이던, 기름맛이던, 매운맛이던 간에 음식을 먹고 난 다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또 평론 한다고? 마치 남의 독후감을 읽고 너는 왜 그렇게 독후감을 썼냐? 책을 그렇게 읽으면 안된다. 등의 평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느 누구라도 각 개인의 무엇을 느끼고 난 후의 감정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두에게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나에게는 재미 없을 수도 있고,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책 한권이 나에게는 냄비 받침이 될 수도 있고, 모두가 쉽다고 하는 게임이 나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즐긴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을 평가하는 것이, 지인 사이라면 몰라도 직업이나 직책이 되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

맛 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식이 나왔으면 그 음식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조리법을 이용하여 ‘이 음식은 이런저런 역사와 조리법을 가졌고,

누구누구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처음 드시는 분은 너무 맵거나 짜거나 느끼할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란다.’ 하는 것은 평론이 될 수 있지만,

그 음식을 먹어 본 사람에게 ‘그건 그렇게 먹고 맛보는 것이 아니다, 그 식재료는 어디서 어떻게 왔고 정치적인 문제(역사적인 의미보다, '저것은 어느 정권이 문제다' 라는 느낌)가 걸려있기 때문에 당신이 먹은 음식은 나쁜 것이다.’ 등의 평가는 결국 평론의 범주에도 넣기 힘든,

그저 친구들끼리 하는 얘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저런 얘기를 하는 정도가 직업 또는 직책이라니... 진심으로 놀랍다.

맛에 관해서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워딩이 있다.
‘먹을 줄 모르네.’
일례로 부산의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집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돼지국밥에 정구지 무침 이라는 부추 무침을 넣어서 먹는다고 하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부추의 식감을 썩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국밥 자체로도 맛이 있어서,
그냥 먹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 어느 아저씨 한분이 ‘국밥 먹을 줄 모르네, 서울에서 왔어?’ 라고 말을 걸더라.
그 자리에서 정말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저 싸움밖에 안될 것 같아서, ‘아~ 네~.’ 하고 말았다.
그게 무슨 경우인가?
부추를 젓가락으로 집어 넣을 줄 몰라서 안한 것이 아니다.
또한 만약 내가 알 수 없는 부추 알러지 같은 질병이 있다면, 평생 돼지국밥 본연의 맛을 모르고 사는 것인가?
가장 말이 안되는 소리다. 이 ‘먹을 줄 모르네.’ 라는 워딩이 말이다.
이런 워딩에 전문지식처럼 보이는 참고문헌 이나 각주 또는 정치를 살짝 섞으면 지금의 맛 칼럼니스트가 하는 일과 뭐가 다른가 싶다.

이 맛 칼럼니스트 라는 분 덕분에 떡볶이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먹고 나면 남들보다 땀이 엄청 많이 나서 불편하고, 배탈도 자주 난다.
이런 이유로 사실 한국인으로써 불리하지만,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것에 가깝다.
그 중에 주변 사람들이 떡볶이 먹자고 할 때마다, 어떡하던 핑계를 대려고 하는 소리가 있다.
‘떡볶이 라는 음식을 잘 생각 해봐라, 쌀 또는 밀가루 뭉치에 고추장에 물엿에 정말 좋을 것 없는 재료인데다가 맵다, 이걸 꼭 먹어야겠냐?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데, 만약 꼭 먹어야 겠다면 순대와 튀김은 꼭 시켜 놔라, 나는 그것만 먹겠다.’
와 같이 매운 음식을 피하려고 친구들에게만 하는 소리가 있다.
물론 진지하게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친구들이 나에게 매운 음식을 먹이려고 하는 장난에 대한 유쾌한 반론일 뿐이다.
그런데 이와 흡사한 내용을 누군지도 모를 전 국민에게 기사화 해서 평론을 한다고?
내용에는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몰라도, 이건 딱 봐도 욕먹을 소리다.
진짜 ‘먹을 줄 모르네.’ 라는 워딩을 가지고 매스컴을 통해 전 국민에게 하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
여기에 국가의 경제력이나 갖가지 외부 상황을 끼워 내용을 맞출수록 상황은 이상해져간다.

 

저 평론이 잘못 된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의 감과 추억이 들어간 ‘맛’을 평론했기 때문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어떠한 감각은 그 시간대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아직도 오렌지 빛 노을이 찐하게 질 때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던 시절이 떠올라, 지나간 세월이 아쉬워 눈물짓게 하고,
나는 아직도 어디선가 90년대 일본 가요가 나오면 중 고등학생때 날라다녔던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 눈물짓고,
나는 아직도 아주 옛날 스타일의 피죤이 듬뿍 들어간 옷감 향기를 어디선가 맡으면 어머니의 빨래가 떠올라 눈물짓고,
나는 아직도 그 맛있는 감바스 알 아히요 라는 요리를 볼 때마다 그녀와의 이별이 떠올라서 눈물짓는다.
이렇게 찌질한 예를 치고 있는 키보드 타격의 맛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떡볶이도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전혀 좋은 추억이 없지만, 그 맛에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떡볶이의 맛을 주변사람들을 통해 종합해보면 소울푸드 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만큼 경제가 좋던 나쁘던 부자던 가난하던 어렸을 때 부담없이 사먹었던 추억의 맛이라는 것이다.

 

사실 식재료만 따지고 들어가자면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요리라는 것이, 식재료의 가격, 조리에 걸리는 시간과 도구의 필요성, 조리 시 필요한 공간 등의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나오는 것이고, 그러므로 떡볶이는 저렴한 거고 좁은 공간에서 빠른 조리가 가능하므로

학생들이 부담없이 먹었던 그 음식이 이제는 추억의 맛이 된 것이자 이것이 식문화의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것을 평론하려면 매운 맛의 정도와 식재료의 문제점이나 전반적인 가게 위생 또는 노상에서 사라진 이유 등의 선에서

평론을 마쳤어야 한다. (여기까지의 평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맛 칼럼니스트가 '맛없다'고 재단하며 정치 경제 사회 얘기를 버무려서 이상한 평가를 멋대로 내린 그 내용에는

떡볶이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자란 그때의 중 고등학생들의 시간대가 가지고 있는 추억이라는 특성을 자신만의 잣대로 헤집은 것에 불과하다,

고로 맛 칼럼니스트의 추억은 내 추억이 아니므로 떡볶이를 싫어하는 나로써도 무조건 맛 칼럼니스트 말이 다 맞진 않는다.
이런 정치 섞인 논리라면, ‘옛날에 일어났던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이게 다 떡볶이 때문이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단순히 생각해도 아니지 않은가? 마치 정부 주도하에 국민들에게 억지로 떡볶이를 먹인 것 처럼 되어버린다.
설령 정말 이 떡볶이가 정부의 국민세뇌사업 이었다면, 이 떡볶이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 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이며,

떡볶이라는 음식 역사의 시작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오히려 이쯤 되면 매우 훌륭한 대한민국 요리 중에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떡볶이는 훌륭한 K-Food 인 것이다.
꼭 김치, 갈비, 막걸리 같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 한국 음식이 아니다.
몇 년 안된 요리라도, 많은 이들이 즐기고 추억을 공유하며, 하나의 문화가 되어 만들어 나가면 그것 또한 한식의 시작점이 아니겠나 싶다.
언젠가는 극장의 팝콘 처럼 (팝콘 또한 엄청난 정크푸드) 전세계 어디를 가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컵떡볶이가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물론 그 국가에 맞춰서 어레인지 되어있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 되도 좋고.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굳이 떡볶이를 내돈주고 사먹을 일은 없지싶다.
그러니 내 친구들아! 내게 억지로 떡볶이를 먹이려 하지마라. 먹어야 한다면 순대와 튀김은 꼭 세트로 가져다 놓아라. 돈은 너가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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