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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치킨에 대한 사고 (私考)

by Alex Yu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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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Alex Yu / Nikon Z6

치킨에 대한 사고 (私考), 이번 글은 정확하게 하자면 양념치킨에 대한 사고 (私考) 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가 시작한 "한국 치킨이 맛있으면 미각을 의심해 봐야 한다."라는 문장.
이는 곧 한국 치킨은 맛이 없다 라는 주장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로는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육계는 30일 키운 1.5kg 병아리이며, 40일까지 키우면 3kg이 되니 닭치고 3킬로! 병아리 말고!!라는 캠페인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지난 떡볶이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분의 주장은 어느 정도 필자와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주장의 포인트가 필자는 그 음식을 필자에게 먹이지 말라고 주장하는, 즉 친한 지인에게만 하는 반격 정도에서 끝나지만, 이 분은 이러한 스타일의 주장을 전 국민에게 한다.
맛 칼럼니스트의 본분으로써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 하다.
결국 그 맛이라는 포인트를 자극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는 듯 하지만, 이번 치킨에 관련해서는 이 분의 의견에 아주 작게 어느 정도 동의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분의 주장 스타일은 항상 시작이 안 좋기 때문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필자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에 필자의 부친이 치킨을 너무 좋아하시는 바람에 주 1~2회는 반드시 먹었다.
이렇게 자주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영방송에서의 잦은 스포츠 중계와 필자 부친의 퇴근길 시장 골목 중간쯤에 닭을 튀기는 일명 시장 치킨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부친은 이 향기로운 닭튀김 기름 냄새를 참지 못하시고, 늘 음료수와 함께 두 손 가득 사 들고 오셨다.
아련한 국민학교 때의 시장 치킨을 떠올려보면, 1인 1닭은 무슨... 늘 다음 날까지 닭가슴살은 남겨져 있었다.
매우 두껍고 퍽퍽했던 그 닭가슴살, 그리고 가끔씩 보였던 덜 익은 부위가 떠오른다.
그만큼 큰 닭을 썼던 것 인지 조각이 컸던 것 인지 정확하게 어떤 것이었다라고 하기에는 기억 속의 흔적이라 명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닭다리살의 크기와 한 입 베어 먹을 때의 육즙 맛은 정말 크고 맛있었다.
이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양념치킨이던 후라이드 치킨이던 닭가슴살은 늘 다음 날까지 남아 있었다.
이것이 중량이 컸던 것인지, 조각이 컸던 것인지 아무튼 컸다.

아련한 국민학교 때의 기억을 뒤로하고 나이가 점차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치킨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주 시켜먹기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기간이 점차 길어져서 음식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먹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군대 전역 후... 바깥세상은 작디작은 짠맛 치킨에 열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병아리를 튀긴 줄만 알았다.
하지만 업체가 공개한 닭의 호수와 타사보다 많이 토막 내는 조각, 그리고 수분을 날린 후 특제 소스로 마감을 하는 조리법, 거기에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조각난 닭 조립의 사진을 보니 온전한 1마리라는 결론은 났다.
바꿔 얘기하면 타 업체와 동일한 닭을 가지고 잘게 조각내어 미이라를 만든 뒤 튀겨내어 소스 범벅...
한 입에 먹기 좋게 나온 조각들에 비하여 미이라 같은 살점은 아슬아슬하게 뼈에 붙어있고, 그것을 빨아먹자니 강렬한 짠맛이 훅 치고 들어온다.
맥주보다는 소주를 찾게 되는 그 맛, 안 익었을지 걱정 안 해도 되는 작고 소중한 그 맛.
마치 먹는 형태가 닭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닭발과 다른 점은 맵지 않다는 것과 조금 더 고기 맛이 나는 정도였다.
이 짠맛 치킨의 장점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포크나 다른 도구 필요 없이 젓가락 하나만으로도 다 먹을 수 있다는 점과, 또 하나는 닭가슴살마저도 짭짤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치킨 조리에 있어서 신선하면서도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듯한 요리다.
과거의 닭다리살을 포크 2개로 갈라내어 흐르는 육즙을 느끼며 먹을 수 없는 대신, 퍽퍽한 닭가슴살을 남길 필요가 없는 짠맛 치킨.
그와 더불어 타사의 오래된 프랜차이즈 치킨들도 왠지 모르게 치킨 크기가 작아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닭가슴살을 수월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과거와 똑같은 호수를 아직까지도 모든 브랜드가 쓰고 있다면 분명 과거보다 조각 수가 많아진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대부분의 업체들의 치킨 조각이 작아졌으므로 푹 씹히는 육즙을 포기하는 대신 모든 부위가 먹을 만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덜 익은 치킨도 못 본 지 아주 오래되었다.

이렇듯 필자 본인은 국민학교 때 이후로 군 전역 때까지 치킨 섭취의 공백기간이 있다가 다시 접하게 되니 짠맛 치킨의 맛과 크기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먼저 밝혀두지만 필자 본인은 지극히 평범한, 즉 어떤 식당이나 요리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짠맛 치킨에 대해 정말 먹기 싫어서 친구들에게 주장하는 반론이 있다.
"그 짠맛 치킨이란 게 닭을 미이라로 만들어놓고 짭조름한 간장 묻혀놓고, 뼈 빨아먹는 양념 짠맛 덮는 용도랑 중량을 늘리기 위해 되지도 않는 감자튀김까지 넣어서 그 가격인데, 그렇게 팔아서 번 돈은 과연 어디로 갈까? 매장 가보니깐 완전히 고급 카페 분위기던데 관리비 및 인테리어 유지 명목으로 많이 빼가겠지? 메인 재료인 닭에 대한 예의 없는 크기에 예의 없는 가격인 짠맛 치킨 시키지 말고 다른 오래된 프랜차이즈 치킨 시켜먹자."
조금 신랄하긴 한데, 이 정도 반론은 지난 글에 있듯이 떡볶이를 대상으로도 심하게 반론한다.
저렇게 반론할 정도로 본인은 그 짠맛 치킨이 싫고 다른 주변 지인들은 이상할 정도로 짠맛 치킨을 좋아해서 저런 멘트가 튀어나온다.
여하튼 짠맛 치킨을 포함하여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들이 과거와 동일한 규격의 닭을 조리했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것은 오래된 하나의 룰이고, 이 안에서 닭가슴살과 덜 익음이라는 클레임은 해결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저런 룰이 생긴 것일까?
식품이니 조리니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살아온 평범한 인생의 필자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상기한 대로 육계라고 불리는 현재 가장 많이 유통되는 닭은 30일에서 40일 사이에 키로수가 2배 가까이 커지는 시기이며, 그렇다고 사료값이 더 추가되거나 하지 않으니 이 사실만 보면 40일을 키우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닭을 키우는 입장에서 본다면 1년 동안의 수금의 기회가 단순 계산을 해 보면 12번에서 9번으로 줄어들게 된다.
3번의 돈 벌 기회를 놓친다. 그렇다고 사료값이나 양계장 운영비가 30일 이후로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찌 되었던 10일 정도의 추가 비용이 조금이라도 더 발생한다.
30일까지 키운 노력보다 이후 10일의 노력이 아무리 적다고 해도, 수금 문제에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닭을 받아가는 업체도 10일의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주문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존 양계장의 규모가 더 커지거나, 닭을 키우는 양계장 수가 더 늘어야 한다.
당장에 닭 한 마리를 40일 키우는 데에 사료값이 많이 안 들어간다라고 쳐도, 규모가 커지면 결국 코스트는 더 오르기 마련이다.
말마따나 동시다발적으로 업계가 3킬로 닭을 원하게 된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중량의 이야기까지 대입해 본다면 닭치고 3킬로 캠페인이 대한민국의 실정에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는지 나온다.
만약 저렇게 40일을 키워서 내보내는 양계장 수를 고정으로 보고, 현재 업체가 가져가는 닭의 양을 마리 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중량으로 체크해서 동일하게 가져간다면, 일단 양계장의 수금 횟수가 줄어드니 출하 가격은 당연히 오를 것이고, 전국 닭 유통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면 닭 반마리가 지금의 한 마리 가격으로 유통될 확률이 크다.
결국 부분육 치킨이 될 텐데, 한국인 정서에 과연 이 부분을 이해하고 넘어갈까?
다행히도 필자는 저런 정서가 희박해서 부분육도 아주 좋아하지만...

이 통닭이라는 한 마리 풀 패키지 정서와 양념까지 곁들이면 닭치고 3킬로의 캠페인은 총체적 난국이 예상된다.

몇 년 전 부분육으로 유명한 K할아버지 치킨에서 양념치킨 (매콤한 맛 / 소이소스 맛) 이 출시된 적이 있다.
기존 튀겨놓은 치킨에 소스를 찔끔 뿌린듯한 비주얼... 아마 지금은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아마도 해외에 소스 수출 및 론칭 버전 정도로 생각하고 만들어 낸 듯했다.
이렇듯 양념 치킨이라는 장르의 완성은 양념의 비법소스와 치킨 조각의 전체적인 버무림인데, 기존 1.5킬로 닭을 3킬로 닭으로 키우게 된다면 기름진 부위도 커지겠지만 퍽퍽한 부위도 커지게 되며 뼈도 더 커지게 된다.
이 것에 대한 조각 나눔부터 해서 여러 가지의 변화가 생길 것이며, 현재의 양념 치킨의 맛에서 벗어나거나 개발비용을 소비자 판매가로 녹여낼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양념 치킨은 순살 치킨으로만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긴... 영어로도 Yangnyeom-Chicken 그리고 일본어로도 ヤンニョムチキン이라 불리는 양념을 중시한 치킨 조리법을 가지고, 오롯이 치킨에 대한 부분만 포인트를 맞춰 정통성을 주장하며 K-Food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맛 칼럼니스트 분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러므로 닭치고 3킬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업계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맛 칼럼니스트 스스로의 사회적인 지위나 기타 여러 가지를 활용해 치킨집 몇 군데 정도 섭외한 후 40일 키운 닭을 활용하여 온전한 양념치킨을 만들어 소비자 판매가부터 치킨 집에서 순익을 볼 수 있는 구간을 도출한 후 시식 및 실 판매를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본인 페이스 북에 닭치고 3킬로 이미지만 도배하지 말고. 그리고 그 이미지 하단에 병아리 말고!! 는 왜 넣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40일 키운 3킬로 닭도 육향이 안나는 병아리라고 발언 해 놓고 저 멘트를 넣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럼 삼계탕용 닭은 알에서 막 부화한 병아리보다 못한 존재인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맛 칼럼니스트로써 직업의식이 있으면, 페이스북 계정은 별도로 운영하였으면 한다.
뭔 정치 이야기랑 뒤섞여서 음식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상당히 귀찮다.
아무리 페이스북이 개인 SNS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업무용과 개인용은 나누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결론은 닭치고 3킬로 캠페인에 맛 칼럼니스트 본인이 직접 3킬로 닭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양념치킨'을 조리해서 테스트로 판매 해본다면, 필자는 적극적으로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2022년 01월 사고 (私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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