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혼자 살아온 지 좀 오래되었다.
그렇다 보니 집밥이라는 단어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그나마 학창 시절에는 어머니께서 식당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서도 반찬 등은 식당과 거의 동일한 맛의 음식을 먹어왔었고
추석이나 설 명절에 큰집 등 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먹을 때면
이미 식당 음식이라는 장르에 길들여진 필자로서는 일가친척의 요리는 그다지 맛은 없었다.
오히려 20대 초반에 요리에 관심이 많았을 시절, 내가 만든 음식이 더 맛있었고
그것이 집밥이라고 하면 집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회사에서 식사, 저녁은 외식이라는 혼자 사는 사람의 패턴으로는
신선했던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화석이 되고도 남았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에 2012년 경 먹거리 X파일이라는 방송 때문에
세상 모든 요리가 갑자기 맛이 없어지거나 식당들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가공식품인 라면부터 식당 밥, 심지어 명절에 먹는 요리들까지...
그러고는 웰빙이니 집밥이니 착한 식당이니... 이상한 단어와 주제들이 방송에서 판을 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한상 차려주는 집밥?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맛으로만 보자면 흔한 백반집 식당 반찬 맛이었고,
더 나아가서 보자면 어머니의 가사노동이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내가 요리하든, 아버지 어머니께서 요리하든 누군가의 노동력이 들어가고
식사 후 설거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그러나 한때 정말 집밥이 어떠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룰 같은 마법의 단어처럼 불릴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위의 기준을 제외하고 집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말 그대로 집에서 해먹는 밥인데,
식재료를 사서 지지고 볶고, 소스나 토핑도 마음껏 추가하고
멋대로 만들어도 비용 면에서는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할 것이다.
쉽게 풀어쓰자면, 노동력에 대한 비용이 안 들어가니 저렴하고, 마음껏 DIY가 된다는 것이다.
대신 단점은 시간과 노력이 음식 준비부터 다 먹고 치우고 정리할 때까지 든다는 것이고,
본인이든 가족 누군가든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 늘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연한 것을 망각하기 시작하면 가정의 불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을 가지고 있으니, 필자는 저녁시간을 항상 새롭거나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집밥이라는 단어에 구애받지 않는 삶
사실 집밥이 뭔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삶
먹는 것에 돈 많이 쓰는 사람 같지만,
집에서 화석이 된 식재료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비용이 더 아깝다는 것을 직접 체험해온 삶
오늘도 라면 끓일 때 미원을 넣어서 끓여먹고 있는 삶
내 나름 나쁘지 않은 삶에 '왜 집에서 밥을 안 해 드세요?'라는 말로 측은하게 그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집밥 #외식 #일상 #요리
'시간이 남긴 일상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맛있었지만 못 먹고 있는 음식 (4) | 2024.10.16 |
---|---|
인형탈을 뒤집어쓰고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0) | 2024.10.16 |
기억나지 않는 일상 (0) | 2024.10.16 |
시간이 남긴 일상 사진들 (3) | 2024.09.26 |
서브카메라 캐논 G9의 일상 스케치 (1) | 2024.09.26 |
철도를 좋아하는가? (1) | 2024.09.26 |
스마트폰 덕분에 사라지며 잊혀지고 있는 것들 (0) | 2024.09.18 |
야경을 찍으러 나가볼까? (0) | 202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