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일하게 하나 남은 국민학교 동창 친구가 이 동네를 떠났다.
내가 이 동네를 이사도 안가고 20년 넘게 살고 있는데
정말 이 동네는 동창회 따위는 없으며, 심지어 고등학교 때 서클활동을 했음에도
학교 다닐 때 뿐, 실제로 그 인연이 한 두명 빼고 길게 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동네 친구라는 것이 막상 떠나고 나니까
그 때는 별거 아닌 것들이 지금 와서 아련하고 소중한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화 한 통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밥은 먹었냐? 이따 볼까? 안 먹었으면 나와.”
이 것이 동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 바로 시작하는 대화다.
또한 서로 직장 포지션이 영업직이라, 외근 복귀길 차를 끌고 들어가는 날에
같이 동네 들어가려고 늦게 끝나는 친구의 회사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주로 내가 늦게 끝났다.)
같이 들어가는 날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각자 삶에 어려움이 있는 날이면 곧바로 불러내어
술 한잔 기울이며 가장 먼저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만큼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마치, 사이 좋은 부부가 각방을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이 동네 친구는 너무나 갑작스럽게도
직장 때문에 얼마 전 이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떠나고 난 후, 잘 도착했냐는 인사와 함께 첫 전화통화를 했는데…
평소와 같이 “밥은 먹었냐? 이따 볼까? 안 먹었으면 나와.” 라는 대사를 할 수 없게 되니
왠지 먹먹한 느낌이 들면서 너무나도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에도 평소에 자주 통화는 하지만… 잘 지내라는 인사를 이 자리 빌어서 다시 전해본다.
친구야, 이사 간 그 곳에서는4면이 탁 트인 바다이고 하니
항상 넓은 마음을 가지며 난폭하게 굴지 말고, 제발 나 같은 동네 남자친구 만들지 말고
결혼 할 여자를 잘 만나서, 다음에 서울 올 때는 꼭 청첩장 가지고 와야 한다!
항상 건강해라.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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