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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月及) [연재 종료]

2018년 05월 월급 (月及) : 번역 그리고...

by Alex Yu 202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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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 아티스트nuh와 일본인 아티스트 黒蛇(쿠로헤비), 그 사이에 있었다.

 

나름 일본어 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과거3~4년간은 일본제품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현장의 비즈니스도 해본 입장이라 어느 정도의 번역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만남에 관한 번역은 그리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결말을 기다리는 정치인의 회담 번역도 아닌, 비즈니스의 계약관련 번역도 아닌,

서로의 국가가 좋아서 연예인이나 드라마 등의 이야깃거리를 꺼내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서로 각자의 국가에서 각자의 생활에 맞게 적절히 자라온 성인 두 사람이,

갑자기 만난 자리에서 본인들의 감정을 막 끄집어 내듯이 말을 던진다.

 

서로의 공통점은 그저 아티스트 라는 것, 심지어 장르도 다르다.

 

나는 그 둘의 감성을 가능한 서로가 정확히 느끼게끔 전달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뜬금없이 막 던지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잘 해야 했다.

 

nuh와 나 단 둘이 대화했던 내용도, 黒蛇와 나 단 둘이 대화했던 내용도,

셋이 만나면 불현듯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도 설명해야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도 가능한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이 셋이 만난 후 나는 다음 날 출근으로 인하여 늘 집으로 귀가 했지만,

nuh의 집에서 묵게 된 黒蛇와 집주인nuh의 이어지는 대화에도,

귀가 전 만나고 있는 동안의 이야기 속에서 번역이 잘못 되어

nuh의 집에서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만나는 동안에는 내 이야기를 줄이고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쪽 귀에는 일본어, 한쪽 귀에는 한국어, 게다가 아티스트 특유의 민감한 감성이야기…

 

그저 단어의 선택이나 어휘가 문제가 아니었다.

 

한 아티스트의 인생이 오롯이 담긴 말을 전달해야 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자신의 일본어 실력에 대한 시험 같은 느낌도 들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번역이 힘들었냐고? 아니다.

 

이 만남을 통해 나를 매개체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워서,

다음 날 출근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런 힘듦을nuh에게도 엄청 표출하였다, 정말 미안했다. (이 자리에서 사과한다.)

 

그리하여 지독한 나 혼자만의 두뇌 속 우여곡절을 겪고 시간이 지나,

이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계획에 관한 대화까지 오갔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선택의 기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진 : Alex Yu / : Alex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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