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하는 회사…
이곳에서는 가족보다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매일 얼굴을 마주치고 대화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월급을 따박따박 주니 그냥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내 경우는 저런 기분으로 회사를 다닌 적이 없었다.
어떡하든 성과를 내어 칭찬과 격려를 기반으로
매일 보는 얼굴들 불편하지 않게 노력해 왔으며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끌어올리려 노력하였고
근무 태만인 사람은 나이 상관없이 호되게 몰아치고
다음 날 얼굴 붉히지 않기 위해 술 한잔으로 풀었던 기억도 많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태만인 자가 많으면
그 꼴이 보기가 싫어 내 스스로 퇴사도 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기존에 익히 소문으로 들어왔던 회사에
경력직으로 취직 후 2년이 지났다.
소문 그대로
다들 열심히 출근하고
급여에 비해 힘들게 일하지만
팀워크는 좋아 보였던 회사.
하지만
칭찬과 격려는 인색한 윗선임. (아! 칭찬은 아예 안하기로 선언도 했다.)
비난과 질책만 가득한 회의.
가끔 한번씩 이해가 가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업무지시.
근 2년동안 나는 이 회사에 맞춰보려고, 인정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사람 몇몇을 잃었으며,
지금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없어졌다.
척도가 없어지니 내가 인정받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건강도, 사람도 잃을 마당에 쓸데없이 감정 소모하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그리하여 최근에 생각해 낸 것이, 감정없이 출근하는 것.
좋을 것도 없으니, 싫은 것이 투성이지만,
싫다는 감정 조차 없애버리면 내 감정 소비가 최소화 되지 않을까?
라는 전제에 시작했다.
이게 사실 상당히 어려운데, 다행이 스타트렉 이라는 드라마의
어느 캐릭터를 참고하여 철저히 그리고 처절히 배우고 있다.
이런 뻘짓을 해야하는 상황이 정말 웃기긴 한데,
내 정신건강을 살리려면 방법이 없더라.
이렇게 회사에서는 감정 없는 외계인 처럼 살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원래의 나로 돌아오기를 한달.
첫 주에는 퇴근 후 감정 변화가 너무 격해져서 그런지
코피도 두 세번 쏟고 부작용이 말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나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활동이
늘어난 걸 보니, 뭐 하려고 2년간 헛되이 감정 소비를 하였는가 싶다.
다만 다중 생활로 인하여 피로도는 아직까지 심각한 상황.
가족보다 더 많이 부딪히며 살아야 할 사람들을
이렇게 대하는 당신네들도 이해가 안되고
이렇게 대할 수 밖에 없는 나 또한 힘들다.
이제는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도 없이
오늘도 출근하는 길에 감정을 삭제해본다.
사진 : Alex Yu / 글 : Alex 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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